내 아이의 첫 자전거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나무 자전거 DIY
모든 일에는 첫 시작이 있기 마련이죠. 지금은 타는 게 능숙하지만,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는 참 많이도 넘어졌어요. 자전거 타는 게 어찌나 재밌던지 수십 번을 넘어지면서도 온종일 자전거를 탔던 기억, 다들 있지 않나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재미를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자전거 타는 법을 익혔던 그때의 마음가짐을 떠올려 보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을 듯한 용기가 샘솟는 기분이 들어요.자전거를 직접 만들어보는 일은 어떨까요?
위 사진은 2019년 을지메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인 정우원 작가의 ‘First Bike’는 자작나무로 만든 조립형(DIY) 밸런스 자전거예요. 일반 자전거의 형태를 갖추고, 바퀴가 부드럽게 구를 수 있도록 세 차례의 프로토타입 제작 과정을 거쳐 세부 부품을 발전시켜가며 형태와 움직임을 정교하게 다듬었다고 해요. 게다가 제품에 들어간 모든 재료를 을지로 생산시스템 내에서 해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작은 나무 자전거가 더욱 흥미롭게 느껴질 거예요. 정 작가는 최종 완성 모델의 안장 아래에 시리얼 넘버와 함께 이런 문구를 적어 넣었다고 해요.
“자전거를 갖지 못했던 어린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미래의 나에게 주는 선물.”
그는 나만의 자전거를 꼭 갖고 싶었지만 갖지 못했던 어린 자신을 위해, 그리고 자신과 닮은 이들을 위해 First Bike를 활용한 커리큘럼 '내 아이를 위한 첫 자전거'를 기획했어요.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서요. 재료를 만져보고 직접 조립하며 느끼는 생생한 감각은 삶에 활기를 불러일으키고, 여러 재료가 한데 밀집된 을지로의 생산시스템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발명 아이디어가 번뜩일 수도 있겠죠. 결국 아이용 나무 자전거를 직접 만들어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얻는 건, 내 손으로 직접 조립하고 만드는 순수한 기쁨과 두려워하지 않고 무엇이든 용기 내 시작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가짐일 거예요.
Q. 오로지 을지로의 생산시스템을 활용해 조립형 자전거를 완성했다는 점이 놀라운데요. 을지로에서 조립형 자전거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자전거가 이곳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아이템이라고 판단했어요. 저는 을지로의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일종의 지역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다양한 재료(material)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니까 제품 기획부터 설계, 제작까지 전 과정이 해결 가능하리라 생각했어요. 실제로 나무 자전거의 바퀴가 부드럽게 구르게 만들 부품을 찾다 공업용 V벨트가 해결책이 되어 주기도 했고요. 이미 알고 있던 부품이지만, 타이어로 활용할 생각은 못 했는데 쓰임새를 새롭게 발견한 게 재밌었어요. 이처럼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게 바로 을지로라는 지역의 매력이죠.
또, 저마다 자전거에 관한 추억 하나씩은 갖고 있잖아요. 물건이란 반드시 누군가에게 사용되는 과정이 필요한데, 자전거는 가장 일상적인 물건이면서 누구에게나 익숙한 경험이니 사람들에게 결과물을 적용하기에도 좋으리라 생각했어요. 제작할 때 나무라는 소재를 쓴 건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동시에 가공하기에도 좋았기 때문이고요.
Q. 세운닷스쿨의 커리큘럼을 통해 무엇을 가르쳐주고자 하나요?
제가 을지로에서 경험한 만드는 것(making)의 기쁨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원래 제 작업은 하나의 퍼포먼스에 가까운 ‘아트웍(artwork)’ 성격이 강했어요. 여기에 세운닷스쿨이라는 프로젝트와 접점이 생기면서 교육적인 측면에 가미된 거죠. First Bike의 제작 과정이 나 자신을 위한 ‘아티스트로서의 작업’이었다면, 세운닷스쿨의 커리큘럼을 설계하는 과정은 앞단을 ‘디자이너 베이스의 작업’으로 재해석하고 새롭게 풀어내는 일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앞으로는 어른들이 본인의 순수한 기쁨을 위해 참여하는 게 주가 되도록 커리큘럼을 보완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이에요. 한마디로 만드는 일 자체로 경험할 수 있는 기쁨, 한마디로 메이커로서의 기쁨을 전하고 싶어요. 저희의 역할은 어떠한 시작점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첫 시작으로 만든 게 자전거였을 뿐, 그다음 스텝으로 무엇을 만들든 상관없어요. 그저 그 과정의 끝에 ‘나는 무엇을 만들고 싶을까?’라는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기를 바라요.
Q.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이 커리큘럼을 들으면 좋을까요?
우선 기본적으로 자전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듣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참여자에 한계를 두고 싶지는 않아요. 만드는 것을 통해 즐거움을 겪어 보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해요. First Bike를 제작하는 동안 첫 번째 프로토타입에서 개선점을 찾아가며 조금씩 바뀌는 부분이 계속 생겼거든요. 이처럼 좀 더 나만의 완성형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재밌고, 행복해요. 이번 커리큘럼에서도 기본 설계도는 주어지지만, 컬러링을 다르게 하거나 핸들을 다른 형태로 바꿔 달며 내가 만들고 싶은 형태로 발전시켜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우리나라에 나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교육이 부재하는 점이 안타까워요. ‘나만의 자전거’라는 오브제를 만들어보는 과정에서 나 자신의 즐거움을 찾고, 삶을 배워 나가는 측면에서 나의 새로운 취미를 찾거나 새롭게 살아가는 방식을 깨우치는 계기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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